순수한 사랑을 찾기 위해 비서로 위장 취업을 한 샛별.
아름다운 외모를 감추기 위해 위장을 한 그녀, 섹시한 사장님으로부터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게 되는데... 과연, 순수한 그녀의 비밀은 고이 지킬 수 있을까.
*맛보기.
"정말 키스 한번이면 안경 줄 거죠?"
의외의 반응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아니 상당히 많이 맥이 빠지는 현율이었다.
"정말 키스 한번이면 안경을 줄게요."
샛별의 눈동자에 곧 결연한 의지가 서리는 것이 보였다. 중무장을 한 군인이 전투에 돌입하기 바로 직전의 그런 모습처럼 그녀의 몸은 잔뜩 굳어 갔다. 그다지 즐길 마음은 없었으나 현율은 자신이 은근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곧 샛별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입술을 내밀었다. 작은 세포 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눈과 입을 아주 꼭 닫은 채였다.
"이런...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군."
단단히 각오하고 있었는데 김샜다는 듯 샛별의 눈이 스르르 열렸다.
"착오라니요?"
"당신이 해야지, 키스는."
잠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멀뚱거리며 앉아 있던 샛별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정말 다채로운 얼굴이다. 인형으로 만들어 놓고 심심할 때면 보고 싶을 만큼 그렇게 여러 가지 표정이 가능한 얼굴이었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다지 너무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데...?"
잔뜩 비아냥거리는 현율의 태도에 열불이 난 샛별은 곧 될 대로 되라는 듯 현율을 향해 말했다.
"좋아요, 그깟 키스 한번 정도야 나한테는 별것도 아니에요. 다만 맘에 들지 않는 상대랑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잔뜩 허풍을 떨어대며 샛별은 곧 현율의 귀 한쪽을 살짝 잡았다. 그 자세가 묘하게도 현율을 자극해 댄다. 그리고 곧 살포시 샛별의 입술이 닿았다. 약간의 짓눌림도, 지분거림도, 혀의 접촉도 없이 그렇게 어린아이에게 뽀뽀를 선사하는 듯한 건조한 키스.
쪼오오옵.
"됐죠? 이제 줘요."
정말 살짝 닿았음에도 현율은 그 어떤 프렌치 키스보다 각별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키스가 아니에요..."
그래서 자신을 또렷이 바라보는 샛별의 얼굴을 한손으로 돌려 잡은 후 거칠게 내뱉었다.
"바로 이런 걸 키스라고 하는 거지."
추릅..
미처 어찌할 틈도 없이 다시 그의 입술이 샛별의 입술을 점령했다. 아까보다 더 힘차고 생생한 키스였다. 숨이 막혀와 샛별은 헐떡거리며 입술을 열었고 동시에 또다시 뜨겁고 달콤한 그 무언 가가 샛별의 입 안을 구석구석 더듬어댔다. 무슨 마취제를 바르기라도 한 듯 샛별은 자신의 혀에 그것이 닫자 자신의 혀도 마비되어 가는 것을 느꼈고 그리고 그 마비는 그녀의 입 구석구석과 온몸 그리고 뇌까지 번져 나갔다.
그의 손길이 샛별의 얼굴선을 타고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오더니 이어 늑골을 더듬어 갔다. 그가 더듬어 간 자리마다 민감함 기운이 치고 지나갔고 곧 그의 손이 그녀의 팔을 지나 가슴에 이르렀다. 그리고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순간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민감하게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이건 정말..."
한 번도 내본 적 없던 그런 야릇한 목소리가 자신의 목에서 흘러나가자 샛별은 당혹감으로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걸... 키스라고 하는 걸까...?'
그의 손이 그녀의 팽팽한 배를 지났다.
'이 사람... 정말 날 잡아 먹을 셈인가봐...'
그리고 그의 손이 한껏 말린 스커트 사이로 드러난 다리에 닿았다.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키스하다 죽은 사람이 있었던가...? 그런 기사 따윈 읽어 본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난... 난 곧 죽을 것 같아, 어떡해...‘
숨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차올랐다. 그의 뜨거운 그 무언가가 그녀의 치아를 훑고는 천장까지 침범해 댔다.
'난 죽고 말거야... 틀림없이 이 사람은 날 죽이려는 거야...‘
정신이 아득해져 가고 마침내 핑핑 돌고 있다고 느낀 순간 그가 마침내 입술을 뗐다.
"하아... 하아.."
동시에 물속에서 건짐이라도 받은 듯 두 눈을 감은 채로 샛별은 한껏 숨을 들이마시며 거친 숨을 골랐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일어선 가슴이 팽팽하게 들썩 거렸다.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심취한 샛별은 곧 자신의 바로 앞에서 자신 못지않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현율을 묘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의 귀를 살짝 붙든 채 놀랍다는 듯 물었다.
"하아... 하아... 당신..."
말을 잇기 힘든 듯 침을 한번 꼴깍 삼킨 후 샛별이 다시 시도했다.
"내... 하아... 입속에..."
샛별의 손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순간 살며시 그의 귓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방금... 내 입속에... 뭘 넣은 거죠?"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말을 지껄이는 샛별을 바라보며 현율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당신 입속에 뭘 넣다니...?"
잔뜩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샛별은 어루만지던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는 비밀 얘기라도 하려는 듯 속삭여 물었다.
"그거 있잖아요... 그... 뜨겁고... 물컹하고... 커피 맛도 약간 나면서 달짝지근한... 내 입속을 내내 돌아다니던 거..."
“…….”
질문을 던지고는 잔뜩 기대감 서린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샛별을 바라보며 현율은 자신이 마치 초등학생과, 아니 유치원생과 대화를 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까스로, 정말 가까스로 내뱉었다.
"그 뜨겁고 물컹하고 커피 맛도 약간 나면서 달짝지근해 내내 당신 입속을 돌아다닌 것은..."
샛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면전에 대고 현율은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내 혀."
그 해맑던 표정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혀... 혀라구요?"
그러면서 샛별은 자신의 혀를 불쑥 내밀고는 열렬히 가리키며 말했다.
"이... 혀?"
‘정말 적나라하게도 묻는군...’
"그래요. 그 혀."
동시에, 샛별은 벌떡 일어나 앉아 입을 막고 문으로 내달렸다.
"서로의 혀가 얽히고설키는 거, 그게 바로 키스라고 하는 것이지."
현율은 사라져가는 샛별의 뒷모습에 대고 작게 읊조렸다.
표지 일러스트: RARA 작가님. (yumlovejw002@naver.com)
*표지 그려주신 RARA 작가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드립니다.
디테일한 묘사와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가.
긴장의 끈을 팽팽히 잡아 당기는 섬세한 필치와 단정한 문장이 돋보이는 작가.
판타지부터 무협 그리고 성인 로맨스까지 대중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품을 쓰는 작가.
출간작 <아저씨, 나랑 잘래요?> <비의 남자> 외 다수 작품